[전영완의 교육현장]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라
“미국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학교성적인가요, SAT점수인가요, 아니면 눈길을 끄는 특별활동 인가요?” 대학입시를 앞둔 부모들로부터 한번쯤은 꼭 듣는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학생은 성적이 4.0(Weighted)이 넘어도 떨어지고, 어떤 학생은 3.7에 불과한데도 동일 대학에 붙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또 어떤 학생은 이렇다할 특별활동이나 예체능 기록이 없어도 합격하고, 어떤 학생은 화려한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불합격의 쓴잔을 마신다. 부모들 입장에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특히 커트라인만으로 정해지는 한국 입시에 익숙한 한인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잘 알다시피, 미국 대학입시에서는 단순히 성적 한가지만 좋다고 해서 대학입학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말그대로 여러가지 종합적인 요소, 즉 학교성적(GPA), SAT, 도전적인 과목수강, 교사추천서, 에세이, 특별활동, 봉사활동, 수상경력 등이 종합적으로 섞이면서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러나 솔직히 이 ‘종합적 평가’라는 말은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마치 안개처럼 애매하기 짝이 없다. 아주 우수한 학생이면 모를까, 합격 경계선상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그저 ‘운이 좋으면 붙겠지…’ 하는 심정일 뿐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발표시즌에 학생·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오그라든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자가 만나 본 수십명의 입학사정관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기준이 있다. 바로 지원자가 ‘우리 대학에서 학습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느냐’와 ‘학생의 독창성과 리더십이 우리 학교를 얼마나 빛낼 것이냐’라는 관점이다.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학들은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대학들은 첫번째의 관점을 더 중시한다. 지난 26일 UVA(버지니아대)를 방문했다. UVA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주립 명문대다. 입학사정관 벤 컬럽(Ben Cullop)씨에게 대학입학시 무엇을 가장 중시하냐고 물으니 그는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 공부를 잘 쫓아갈 수 있을지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AP나 IB과목, 아너과목 수강여부를 눈여겨 본다는 것이다. UVA 입학요강에도 ‘Make your schedule tougher each year. Take tough courses. Do not slack off in your senior year.’라고 쓰여 있다. 가능한한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라는 얘기다. 적당히 쉬운 과목만을 선택, 성적을 올리는 얇팍한 전략에 대해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또 12학년이라고 해서 막판 긴장을 푼채 느슨한 과목을 택하는 것은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대학지원시 12학년 전반기 성적까지 밖에 보여줄 수 없다. 후반기 성적은 합격여부가 결정된 뒤에 나오기 때문. 이와 관련, 컬럽 입학사정관은 “12학년 수강과목을 살펴보면서, 그간 학생이 수강해 온 과목의 연장선상에서 얼마나 도전적인 과목 구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주시해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의 핵심은 ‘대학’이다. 그리고 그 대학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큰 화두다. 대학이 신입생들에 대해 우려하는 ‘과연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갖췄는가’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섣불리 준비해 대학 갔다가 뒤늦은 후회를 하는 학생을 많이 봐왔다. 고등학교때 미리 학문의 신산함(쓰라리고 고생스러움)을 느껴보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칼리지보드의 지적처럼 ‘AP는 인생을 바꾼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단, AP는 무조건 많이 듣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자신있는 과목 몇 개만이라도 깊이 공부해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이 좋다. [email protected]